210926 '싸가지' -

‘싸가지’ -

흔히들 말하기를 언어를 생명체라고 합니다. 세대를 지나가면서 수없이 생겨나고 활짝 꽃을 피우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잘 발달 된 요즈음은 언어는 더욱 그렇습니다.

몇 가지 예를 뽑아보면, 도박이나 투자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표현하는 감탄사로 쓰이는 가즈아, 중학생 친구는 중딩, 고등학생 친구는 고딩, 학교 급식을 먹는 10대 청소년을 비하하는 말 급식충, 시아버지를 줄인 샵쥐, 아무 말 대 잔치, 틀딱, 품절남, 품절녀……. 등 수없이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전라도와 강원도 지방에서 사용되는 ‘싸가지’와 ‘싹수’라는 말은 오래된, 그래서 텁텁한 뚝배기 된장국처럼 구수하고, 막 담근 겉절이 생김치처럼 새큼한 말이 있습니다.

싹수는 원래 어떤 일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고, 사람에게도 ’될 놈’을 뜻하는 은유로 사용되었습니다. “싹수가 노랗다.”, “싹수 있는 녀석”들은 그 말의 용처입니다. 

한편, 싸가지는 긍정적이거나 미래 비전은커녕 절망을 품고 있는 말로 ‘없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들과 어울린 고약한 놈입니다. ‘싸가지 없는 놈’이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며 꼭 지켜야 할 4가지 덕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4가지의 덕목의 첫 번째는 ‘겸손’을 꼽습니다.

언제나 자기의 공을 남에게 돌리고, 윗사람을 공경할 줄 알며 자기 일을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합니다.

둘째는 ’예의‘, 셋째는 ’양보‘, 네 번째는 ’신용‘입니다. 모두 비슷비슷한 말들로, ’예로부터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자세, 양보를 처세의 으뜸으로 삼았으며, 배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말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약성경 갈라디아서 5장에 기록한 ‘성령의 열매’와 매우 비슷합니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 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 (갈 5:22~23)

’싸가지‘ 안에 겸손, 예의, 양보, 신용이 모두 숨어있듯이 성령의 열매 안에는 아홉 가지 맛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성령의 열매는 아홉 가지가 아닌, “하나”며 아홉 가지 특성을 가진 맛을 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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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십자가 그사랑' (갈 2장 20절), 김호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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