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5 내 인생의 찬송가

내 인생의 찬송가

찬송에 관한 원고를 부탁받고 많은 시간을 준비로 보냈습니다. 막막하고 답답해서 도무지 어떻게 시작할지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고백하고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장손 가문에 선조께서는 유학 서당 훈장님으로 갓 쓰고 망간 겹쳐 쓰시고 긴 담뱃대를 들고 늘 근엄하고 진지한 양반이셨습니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 없이 호롱불에 뒷마당 우물을 마시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천자문을 익혀 아직도 몇 구절을 흥얼거릴 수 있으니 모두가 할아버지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저희 한문 훈련도 끝나고 보통 친구들처럼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까지 별 어려움 없이 진학해 갔습니다. 변화는 고등학교 때 영어공부를 한답시고 YMCA에서 가르치는 HBF (High School Bible Fellowship)에 참석하면서부터 엄청난 도전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반 친구로부터 성경과 찬송가를 세트로 선물 받고, 몇 번씩이나 거절하다가 청에 못 이겨 마지못해 끌려가서 생전 처음 경험해본 분위기를 접했습니다. 갓 결혼하고 새로 부임해온 미국인 선교사님 부부, 20대 초 중반 정도였을 풋풋한 새내기들, 깨끗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과 헌신은 나뿐 아니라 우리 모든 HBF 학생들을 호기심을 감추고 변화를 끌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체육관에서 함께 뛰며 놀아주고, 강의실에서 공부할 때면 단어 발음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만족할 때까지 repeat after me을 수없이 반복하고….…. 지루하고 피곤해 보이면 영어 찬송을 가르쳐 주셨는데, 한참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고 터득해 가며 그 가운데 푹 빠져가던 터라, 모든 것들이 어찌나 새롭고 달콤했던지,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뛰어가서 HBF 친구들과 어울리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가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때 배웠던, 생애 처음 불러본 찬송, 'All the way my Savior leads me (갈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가사와 곡조도 내 마음을 울렸지만, 오르간에 앉아 열성을 다해 주셨던 여자 선교사님의 그 모습과 그 음성이 아직도 내 귀에 들리는 듯하고 아른거립니다. 내 생애 최초이자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찬송가, 지금도 어려울 때는 어김없이 부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 중의 한 곡입니다.

 대학에 진학하여 계속 교회에 다니게 되었고, 2학년이 되던 해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구주로 영접하고 찬송가 가사대로 '나의 갈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심'을 믿고 따라가고 있습니다. 공학을 공부하던 나의 발길을 돌리게 한 것도, 경영학을 마치고 신학교로 발길을 잡아끈 것도 모두가 그의 은혜요 한량없는 사랑의 인도하심입니다.

 후에 찬송을 작사한 패니 크로스비가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이 찬송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앞을 보지 못하면서 '나의 갈 길을 나의 구주가 인도하시니'라는 찬송을 부른 크로스비의 마음에도 그녀의 삶을 이끌어 가시는 구주 예수 그리스도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하늘나라 영광을 버리고 세상에 오셔서 험하고 무서운 십자가를 지신 하나님의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부르는 나의 찬송, ‘나의 갈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All the way my Savior leads me)’! 영어와 우리말 번역의 가사가 약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은혜로운 찬송, 구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늘도 나의 갈 길을 인도해 가십니다!

 All the way my Savior leads me, What have I to ask beside?Can I doubt His tender mercy, Who through life has been my Guide?Heav’nly peace, divinest comfort, Here by faith in Him to dwell!For I know, whate’er befall me, Jesus doeth all things well;For I know, whate’er befall me, Jesus doeth all thing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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